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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삶은 중심잡기다…여소현 '함께라 더 좋다' 이데일리 2022.10.25

2022년 작
웅크린 채 홀로 고뇌하는 사람 그린 초기작서
타인·동물·자연과 교감, 색입힌 화면으로 변화
두툼한 질감 투박하나 무디지 않은 선·면 특징 


 

여소현 ‘함께라 더 좋다’(2022 사진=동숭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자전거에 앞뒤로 나란히 앉아 달리는 두 사람. 그런데 뭔가 이상이 생긴 건가. 한눈에 봐도 걷잡을 수 없는 속도감이 두 사람에게 달려드는 중이다. 바람이 뭉쳐 구름을 만들어내고 바퀴는 터져버릴 듯 돌아가는데. 급박한 상황은 중심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두 사람의 휘둥그런 눈과 입에 다 담겼다. 그래도 참 다행이지 않은가. ‘함께라 더 좋다’(Better Together Ⅱ·2022)고 하니.

작가 여소현은 세상 이야기를 그린다.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하늘과 물과 땅에 사는 모든 생물이 꺼내놓는 이야기다. 물론 그들을 부드럽게 둘러싼 자연의 변화색도 놓치지 않는다. 처음부터는 아니었다. 초기작은 고통스럽고 우울했더랬다. 무채색 바탕에 웅크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닫고 고개를 숙인 채 홀로 고뇌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검은 벽이 깨졌고 그들은 조심스럽게 세상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타인과 동물, 자연과 나직이 나누는 말이 들리는 듯했다. 시간이 또 흘러 이젠 화면색까지 바꿔버렸다. 다양한 색감을 입고 대화의 즐거움까지 전하는 듯하니까. 투박하지만 무디지 않은 선과 면은 작가의 무기다. 두툼한 질감에 쌓은 긴 변화의 시간은 덤이고.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사랑의 형상’(Shape of Lov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석채·과슈·혼합재료. 120×120㎝. 동숭갤러리 제공.



여소현 ‘푸른발의 가마우지’(Blue Footed Booby Ⅲ·2022), 캔버스에 석채·과슈·혼합재료, 72.7×60.6㎝(사진=동숭갤러리)



여소현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2022), 캔버스에 석채·과슈·혼합재료, 53×45.5㎝(사진=동숭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