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갤러리 SINCE 1975

김정자 展

「Jung Ja KIM : Traces of color」

2023.10.19-10.28

동명의 서양화가 중에서 일찍이 ‘구상전(具象展)’에서 대상을 받았던 김정자 작가의 개인전(색의 흔적 : Traces of color)이 동숭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이번 작품전을 통해 60여점의 작품 중 총 45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의 작품에는 어느 하나 제목이 없는 것이 없다. 제목도 다양하여 ‘염원’, ‘계절’, ‘사유공간’, ‘대지’, 적(積, accumulation), '섬(island), '시간, ‘흔적’, ‘마른 꽃’, ‘동경’, ‘담담한 향기’, ‘민들레’, ‘봄밤’, ‘명상’, ‘무한지대’, ‘night window’ '파도‘ 등등이다. 참으로 각양각색의 제목 붙이기다.


작가는 작품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그 작품은 각기 독자적인 생명체이다. 작가와 작품은 부모와 자식으로 비유되고 자식은 개별 인격체로서 부모로부터 독립하면서 인정받는다.

부모 입장에서는 어떤 고유한 인격체로 인정받을지 알 수 없어 이름조차 섣불리 짓기가 주저되는데, 이런 이유로 특히 추상화에 유행이 된 적이 있지만 작품에 무제(無題)가 많았고 심지어 무제1,2,3이 있는 등 지금도 그렇다. 작품의 ‘무제’는 당연히 궁금해서 작가에게 보는이의 관심이 회귀되므로 말하자면 넌지시 작가를 다시 불러들이는 그의 깊은 배려일 수 있다.


그러나 김정자 작가는 단호히 이를 거부하고 자식(작품)의 이름을 일일이 작명한다. 이유가 뭘까. 세파(世波)에 던져진 자식들이 시대정신이나 외부환경에 오염되어 원래 작가의 소망스런 자식으로 크기는커녕 아무렇게나 설명되고 해석되기를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 우려와 걱정은 작가 주위를, 작품 주위를 맴돌면서 역설적으로 창작자의 예술혼을 지탱하는 끊임없는 에너지가 되고 있다.


특히 ‘색’의 본질인 드러남과 숨겨짐이 교차되며 종내에는 ‘흔적’으로 남겨지면서 표현되는 제작기법을 엿볼 수 있는데, 이것은 물감을 캔버스에 입히고 긁어내고 덧칠하는 반복작업을 통하여 달성하는 힘겨운 과정이다. 작가가 작업이 보다 쉬운 아크릴 대신 유화를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작가가 다양하게 단 제목에서 보인 각양의 주제들은 여러가지 ‘색의 흔적’들로 표현되면서 자연과 공간과 시간을, 그리고 염원과 사유 등 시대와 세계에 처한 어떤 인간이 미술장르를 통해 구현해 보고자 하는 오래된 전통적 시도의 김정자식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러한 작가의 남다른 표현방식으로 새로운 회화적 공간을 우리는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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